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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벼 재배지에서 고온 스트레스에 따른 수량 저하의 생화학적 원인
    기후농업 생존전략 2025. 8. 3. 01:53

     

    지속적인 기후 변화로 인해 고온 발생 빈도와 강도가 점점 증가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벼(Oryza sativa)와 같은 주요 곡물의 생육 환경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 벼는 전 세계 인구의 식량 안보를 담당하는 전략 작물로, 생식 생장기 특히 개화기와 출수기 전후의 고온 스트레스(heat stress)는 벼의 수량 구성 요소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

    고온은 단순한 기상 이상이 아니라, 식물 내부에서 복합적인 생화학 반응의 연쇄적 붕괴를 유도하는 주요 원인이다. 고온 에서는 탄소 동화 대사, 호르몬 조절, 수분 및 에너지 수송, 산화 방지 시스템 등 다양한 생리대사 경로가 동시에 교란된다. 이러한 반응은 세포 수준에서 시작되어 조직, 기관, 전체 식물체 차원으로 확산하며, 수량 저하를 유발한다. 본 글에서는 벼 재배지에서 나타나는 고온 조건에 수량 감소의 주요 생화학적 원인을 체계적으로 분석하고자 하며, 특히 광합성 저해, 호르몬 불균형, 탄수화물 전환 장애, ROS 축적 등의 요소를 중심으로 고찰한다.

     

     

    고온에 의한 꽃가루 발달 이상과 수분 장애

    벼는 생식기인 출수기 및 개화기 동안 고온 스트레스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한다. 특히 고온은 꽃밥의 발달을 지연시키거나 미세포자 생성을 방해하여, 꽃가루 활력 저하 및 수분율 감소를 유발한다. 이 현상은 주로 고온 시기 잎과 이삭 내에서 발생하는 에너지 대사 부족과 ROS 축적에 기인한다.

    고온 환경에서는 꽃밥 내 탄수화물 저장량이 현저히 감소하는데, 이는 녹말 합성 효소(AGPase, soluble starch synthase 등)의 활성이 저하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미세포자 형성 과정에서 필요한 에너지가 충분히 공급되지 못하고, 세포 내 세포질 흐름과 분열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동시에 고온은 엽록체, 미토콘드리아 등 에너지 생성 기관에서 활성산소종(ROS) 생성을 증가시키고, 그 결과 말론디알데하이드(MDA)와 과산화수소(H₂O₂) 등의 산화물질이 축적된다. 이러한 산화 스트레스는 미세 포자의 세포막을 손상하며, 수분능과 자가수분 생존율을 저하한다. 결과적으로 고온에 노출된 개체에서는 불임 spikelet 비율이 증가하고, 착립률이 급격히 하락하게 된다.

     

     

    광합성 대사 억제와 에너지 흐름의 붕괴

    벼의 수량 형성에 핵심적인 에너지 공급원은 광합성이다. 그러나 고온 스트레스는 광합성 대사를 다단계에서 억제하며, 이에 따라 전체 에너지 흐름이 붕괴한다. 엽록체 틸라코이드 막 내의 광계 II(PSII)는 고온에 매우 민감하여, 열에 의해 D1 단백질이 빠르게 분해되고 광화학 반응 효율이 떨어진다. 전자 전달계가 정상 작동하지 않으면 NADPH와 ATP 생성량이 줄어들고, 이는 루비스코의 기능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고온에서는 루비스코 활성화효소(RCA)의 변성이 일어나면서 루비스코의 CO₂ 고정 능력이 약화하고, 광호흡이 과도하게 증가한다. 이에 따라 ATP는 소비되지만, 실제 탄소 동화는 제대로 일어나지 않는 대사적 손실이 심화한다. 이 같은 광합성 저해 반응은 특히 이삭 형성기 및 등숙 초기와 같이 에너지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는 시기에 수량 구성 요소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

    또한 고온은 엽록소 파괴를 가속화하고, 광 보호를 위한 카로티노이드 및 안토시아닌의 생합성을 증가시키며, 이는 이차적으로 광합성 능력을 억제한다. 결국 벼는 에너지 공급의 중심이 되는 광합성 경로에서 효율을 상실하고, 수량을 뒷받침할 탄소 기반 대사력이 약화한다.

     

     

    탄수화물 전환 장애와 수체 이행 저하

    벼는 광합성으로 생산한 동화산물을 잎에서 이삭으로 이동시켜, 수체(grain)에 축적함으로써 수량을 결정한다. 고온 환경은 이 수송 시스템에 중대한 장애를 일으킨다. 고온에 노출된 벼에서는 잎에서의 자당 합성 효소(SPS) 활성이 감소하고, 자당 전환 효소(INV, SuSy)의 발현이 억제되어 자당 농도 자체가 감소한다.

    더불어 고온은 이삭으로의 자당 수송을 담당하는 자당 운반체(SUT1, SUT2) 단백질의 발현을 억제하며, phloem 수송 속도가 감소한다. 결과적으로 이삭 내부의 전분 합성이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못하고, 미성숙 낟알 발생, 백미율 저하, 미강 증가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 고온이 반복될수록 이러한 전환 장애는 더욱 뚜렷해지며, 벼의 등숙 비율이 낮아지고 현미 중량이 줄어들어 전체 수확량이 감소한다.

    이러한 현상은 고온으로 인해 기공이 부분 폐쇄되고, 잎 내 CO₂ 유입 부족으로 광합성량이 줄어드는 것과도 연결되어 있다. 동화산물 공급 자체가 부족해지고, 기존에 합성된 당도 수송되지 못해 수체 결실이 불완전하게 진행되는 이중 손실이 발생하는 것이다.

     

     

    고온 스트레스 호르몬 불균형과 생식기 생화학 조절 실패

    고온 스트레스는 벼 체내 식물 호르몬의 균형을 무너뜨리며, 특히 생식기관의 정상적인 발달과 대사 흐름을 방해한다. 고온 에서는 에틸렌(ethylene)의 합성이 급격히 증가하며, 이는 꽃밥의 조기 노화와 낙화를 유도하여 수정을 방해한다.

    한편 지베렐린(GA)의 과도한 축적은 자방 내 세포의 과 성숙을 유발하고, 수분과 수정 간의 타이밍 불일치를 일으켜 불임 spikelet 증가로 이어진다. 이러한 호르몬 활성의 비정상적 변화는 수량 형성의 시계열을 깨뜨리고, 기관 간 발달 동기화를 저해한다.

    반대로 사이토키닌(cytokinin)의 경우, 고온 조건에서는 생합성이 억제되며, CKX 유전자의 활성화로 분해가 촉진된다. 이에 따라 세포분열이 저해되고 자방 형성 속도가 늦춰져, 수체 발달이 지연된다. 앱시스산(ABA)의 농도 역시 고온에서 과잉 축적되면, 잎과 꽃 기관에서 프로그램된 세포사멸(PCD)을 유도할 수 있으며, 이는 수정 실패 또는 초기 낙화 현상으로 이어진다.

    결과적으로 고온은 벼의 생식생장을 조절하는 내분비 시스템 전반을 교란하며, 호르몬 간 상호작용의 비정상적인 흐름은 수량 구성 요소의 안정적 형성에 결정적인 장애 요인으로 작용한다.

    고온 스트레스 호르몬 불균형

     

     

    산화 스트레스 누적과 세포 내 항산화 시스템 붕괴

    고온은 벼의 세포 내에서 과도한 활성산소종(ROS) 생성을 유발한다. ROS는 세포막의 불포화지방산을 공격하여 지질 과산화 반응(lipid peroxidation)을 촉진하고, 세포막 투과성 증가 및 기능 단백질 변성을 초래한다.

    특히 과산화수소(H₂O₂), 초과산화이온(O₂⁻), 하이드록실 라디칼(OH·) 등이 고온 시기 급증하게 되면, 엽록체, 미토콘드리아, 세포핵 등 생리적 기능 핵심 기관이 손상된다. 이러한 ROS는 또한 핵산과 단백질의 구조 변형을 유도하며, 수분 구조의 안정성까지 영향을 미친다.

    벼는 일반적으로 SOD(초산화물 디스뮤타제), CAT(카탈라아제), APX(아스코르베이트 퍼옥시다아제) 등의 항산화 효소를 통해 ROS를 제어하지만, 고온이 장기간 지속될 경우 이들 효소의 발현량과 활성이 저하되며 방어 체계가 붕괴한다. 항산화 효소 유전자의 전사 억제, 보조인자의 소진, 단백질 열변성 등 복합적 요인이 작용하여 세포의 산화-환원 균형이 깨지게 된다.

    결국 고온은 ROS 축적 → 효소 비활성화 → 세포 기능 손상 → 기관 붕괴의 악순환 구조를 유도하며, 수량 형성 기관 전체의 안정성을 위협한다.

     

     

     

    벼 재배지에서의 고온 스트레스는 단순한 열 환경 이상이 아니라, 벼 식물체 내부의 복합적 생화학 반응 시스템 전체를 교란하는 다중 스트레스로 기능한다. 고온은 꽃가루 발달의 미성숙, 광합성 효율 저하, 자당 수송 차단, 호르몬 불균형, 산화 스트레스 누적 등의 생화학적 현상을 동시다발적으로 유발하며, 이에 따라 벼는 수량을 정상적으로 형성하지 못한다.

    이러한 반응들은 서로 독립적으로 작용하기보다는 상호 간섭하며 증폭되며, 결과적으로 생식기관과 수체 기관의 기능 마비로 이어진다. 따라서 고온에 따른 수량 감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개별 대사 반응에 대한 대응을 넘어, 벼의 전체 생화학 반응 네트워크를 이해하고 복합적으로 제어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향후에는 벼의 고온 반응 유전자 지도 구축, 항산화 시스템 강화형 품종 개발, 고온 반응 호르몬 조절 전략 등의 다각적인 접근을 통해, 기후 변화에 대응 가능한 고온 회복탄력형 벼 재배 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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