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후 스트레스 환경에서 상추의 식물호르몬 프로파일 변화기후농업 생존전략 2025. 8. 6. 08:48
지속되는 기후 변화는 노지 채소 재배에 커다란 위협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특히 온도, 수분, 일조량의 급격한 변동은 채소류의 생장률, 품질, 수량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그중에서도 상추(Lactuca sativa)는 환경 변화에 민감한 대표적인 엽채류 작물로, 생장기 동안 미세한 기후 변화에도 생리적 반응을 빠르게 나타낸다. 이러한 반응은 식물 내에서 다양한 식물호르몬(phytohormones)의 변화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으며, 스트레스 신호의 인식, 전달, 대사 반응 활성화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상추는 여름철 고온 스트레스와 봄·가을철의 일교차, 그리고 수분 스트레스에 취약한 특성을 가지며, 이러한 환경 자극은 식물 내 에틸렌, 아브시스산(ABA), 지베렐린(GA), 사이토키닌, 옥신, 살리실산(SA), 자스모네이트(JA) 등의 내생 호르몬 농도와 그 작용 경로에 영향을 준다. 각 호르몬은 개별적으로 또는 상호작용을 통해 환경 적응성과 생장 균형을 조절하며, 외부 조건에 따라 그 프로파일(농도, 합성속도, 수용체 발현, 대사 전환)이 복합적으로 변화한다.
본 글에서는 기후 스트레스 조건에서 상추의 주요 식물호르몬의 변동 양상을 생화학적, 분자생물학적 관점에서 분석하고, 각 호르몬 간의 상호작용 구조, 조직별 반응 특성, 생육단계에 따른 차이를 함께 고찰한다. 이 글을 통해 기후변화 시대에 상추와 같은 민감 작물의 생리적 적응 메커니즘을 이해하고, 이를 활용한 내재해 품종 개발 또는 환경제어 기술의 이론적 기반을 제공하고자 한다.
상추의 기후 스트레스 민감성 개요
상추는 생리적 생장이 온도, 습도, 일조량 등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엽채류 작물로, 최적 생장 온도는 보통 15~22℃ 사이로 알려져 있다. 25℃를 넘는 고온 환경에서는 생장 정체, 엽면 고사, 조기 추대 현상(bolting)이 빈번히 발생하며, 30℃ 이상에서는 세포 내 대사 이상이 현저해진다. 반대로 저온 스트레스는 잎 조직의 광합성 효율을 저하시키고, 생장 속도를 늦추며, 기공 폐쇄 반응을 유도하여 이산화탄소 유입량을 감소시킨다. 이와 함께 수분 스트레스는 삼투압 장애, 기공 수분조절 실패, ROS(활성산소종) 축적을 초래하며, 광합성 기관 및 뿌리 발달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다양한 스트레스는 상추가 생장 속도와 방어 대사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해야 하는 상황으로 몰아넣는다. 그 중심에서 조절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 바로 식물호르몬이다. 식물체는 외부 스트레스 신호를 인지하면, 관련 호르몬의 합성과 분해를 조절하며, 특정 조직 또는 세포 내에서 빠르게 국소 반응을 일으킨다. 그 결과, 세포분열, 세포신장, 기관 분화, 잎의 노화, 뿌리 발달 등의 생장 조절 과정은 스트레스 완화 방향으로 재편된다.
고온 스트레스와 ABA·에틸렌의 상호작용 변화
상추는 고온 스트레스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며, 특히 여름철 고온기에는 생리적 반응이 호르몬 수준에서 뚜렷한 특징을 보인다. 가장 먼저 반응하는 호르몬은 아브시스산(ABA)이며, 잎 조직 내에서 ABA 농도는 고온에 노출된 직후 빠르게 상승한다. ABA는 고온에 의해 유도되는 탈수 반응과 산화 스트레스를 감지하고, 기공 폐쇄, ROS 해소, 항산화 효소 유도, 열충격 단백질(HSP) 발현 촉진 등을 통해 상추의 세포 수준 안정화를 시도한다. ABA 생합성은 NCED(Nine-cis-epoxycarotenoid dioxygenase) 유전자의 발현 증가를 통해 조절되며, 이 유전자의 상향 조절은 열 스트레스 하에서도 지속해서 관찰된다.
또한 고온 환경에서는 에틸렌(ethylene)의 합성도 급증하게 되며, 이는 상추의 노화 및 조기 추대 반응과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에틸렌은 ACC 합성효소(ACS) 및 ACC 산화효소(ACO)의 유전적 발현을 통해 조절되며, 고온 에서는 ACS 유전자가 특히 민감하게 반응한다. 고온에 의한 에틸렌 증가 현상은 상추의 생식기관 형성을 유도하며, 상품 가치가 있는 잎 생산이 아닌 꽃대 형성으로 에너지가 전환되게 만든다. 이는 농업적으로 큰 손실 요인이 된다.
특히 ABA와 에틸렌은 고온 스트레스 하에서 길항적 혹은 상호 증폭적 역할을 상황에 따라 번갈아 수행한다. ABA는 에틸렌 생합성을 억제하는 작용도 가지지만, 고온 환경에서는 두 호르몬이 동시에 증가하면서 노화 반응, 세포 내 산화반응, 기공폐쇄 등의 반응을 증폭시키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는 상추의 고온 내성 한계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인이며, 두 호르몬의 균형 조절이 상추 품종의 재해 저항성의 핵심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수분 스트레스와 ABA·사이토키닌의 프로파일 변화
상추는 얕은 뿌리 구조를 가지고 있어 수분 부족에 극도로 민감하게 반응한다. 수분 스트레스가 발생하면 상추는 체내 삼투압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다양한 조절 메커니즘을 가동하며, 그 중심에 ABA(아브시스산)와 사이토키닌(cytokinin)의 농도 조절이 있다.
수분 부족 상황에서 상추의 뿌리와 잎에서는 ABA 농도가 급격히 증가하며, 이는 기공의 닫힘, 이온 수송체 조절, 탈수 방어 유전자 발현 등 다양한 방어적 반응을 촉진한다. ABA의 합성은 뿌리에서 먼저 시작되며, 엽육세포로의 이동을 통해 잎의 탈수를 억제하고, 동시에 세포 내 Ca²⁺ 농도 증가를 유도해 ABA-수용체 복합체를 통해 SnRK2 단백질 인산화효소 경로를 활성화한다. 이 신호 전달 경로는 수분 스트레스 대응의 중심축이며, DREB, AREB 등의 전사인자 활성화로 이어진다.
반면 사이토키닌은 수분 스트레스 하에서 반대로 감소하는 경향을 보인다. 사이토키닌은 보통 세포분열 촉진, 뿌리의 생장 유지, 엽록소 합성 유지 등의 생장 촉진 기능을 가지며, 스트레스 하에서는 그 합성이 억제된다. 특히 IPT(isopentenyl transferase) 유전자의 발현이 수분 부족 조건에서 급격히 감소하며, 이에 따라 사이토키닌 농도도 하락한다. 그리고, 상추는 세포 분열률이 감소하고, 잎의 성장 속도가 현저히 둔화되며, 광합성 유지 기능도 손상된다.
두 호르몬은 서로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며 ABA : 사이토키닌 비율의 변화가 생리 반응의 전환점을 결정짓는다. 고비율의 ABA 우세 환경에서는 방어 반응이 극대화되고, 생장 중심 대사는 억제된다. 반대로 사이토키닌 농도가 상대적으로 유지될 경우, 방어적 반응과 생장 반응이 균형을 이루어 수분 스트레스에 대한 회복력이 향상된다.
저온·일교차 스트레스에서 옥신, 지베렐린, 살리실산의 반응
상추는 저온 스트레스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며, 주로 저온이 지속되거나 일교차가 클 경우 생장 속도가 둔화하고, 잎의 주름이 심화하며 조직 괴사 증상이 나타난다. 이러한 저온 조건에서는 옥신(auxin, IAA), 지베렐린(GA), 그리고 살리실산(SA)의 내재적 균형이 변화한다.
옥신은 정상 생장기에는 엽신의 세포분열과 신장, 조직분화 등에 관여하는 중심 호르몬으로 작용하지만, 저온 에서는 옥신 수송 경로가 제한되며, PIN 단백질의 발현과 이동이 억제된다. 이에 따라 옥신 농도 자체보다는 세포 내 분포 불균형이 발생하고, 이에 따라 생장 방향성과 세포 신장 능력에 이상이 생긴다. 옥신 합성 유전자인 YUC, TAA1 등의 발현도 저온 하에서는 억제되는 경향을 보이며, 이는 조직의 분화 정체와 연결된다.
지베렐린은 저온에서 감소하며 생장 저해를 유도한다. GA₃ 농도는 생장기 전반에서 일정 수준 이상 유지되어야 엽장 신장과 개체 생장을 정상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데, 저온 조건에서는 GA20ox, GA3ox와 같은 생합성 유전자의 발현이 저해되며, 이로 인해 상추의 줄기 신장이 현저히 줄어든다. GA 감소는 또한 DELLA 단백질 축적을 유도하여 생장 억제 신호를 강화하는 효과를 나타낸다.
한편 살리실산은 병원체 대응뿐만 아니라 저온 스트레스 반응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상추는 저온 노출 시 SA 농도가 점진적으로 증가하며, 이는 PR 단백질 발현, 항산화 효소 활성 증진, ROS 제거 반응 강화와 직결된다. SA는 또한 NPR1을 중심으로 하는 방어 유전자 발현 네트워크를 통해, 저온으로 유도된 산화 스트레스를 조절하며 세포 보호 반응을 증진한다.
자스모네이트, 에틸렌, ABA의 상호작용과 복합 스트레스 반응
기후 스트레스는 개별 요인이 아니라 온도, 수분, 일조 등 복합적인 형태로 나타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이럴 때 식물체는 자스모네이트(JA), 에틸렌, ABA 등의 스트레스 반응 호르몬을 동시에 작동시킨다. 상추의 경우 고온 + 건조 복합 스트레스 상황에서는 이 세 호르몬의 프로파일이 급격히 변화하고, 상호작용 경로 또한 복잡하게 재편성된다.
JA는 주로 기계적 상해, 병해, 수분 스트레스에 빠르게 반응하는 호르몬으로, 상추에서는 LOX, AOS, OPR 등의 JA 생합성 유전자 발현이 스트레스 조건에서 상승하며, 병 저항성 단백질과 항산화 방어 요소를 유도한다. JA는 또한 에틸렌과 함께 작용하여 방어 반응을 증폭시키며, 생장 억제 신호로 작용하기도 한다.
ABA와 JA는 ROS 반응 조절에서 상호 증폭적 역할을 하며, 복합 스트레스 상황에서 ABA-JA-ROS 루프가 작동하게 된다. 이 루프는 DREB, MYC2, NAC 계열 전사인자를 통해 스트레스 방어 유전자의 광범위한 활성화를 유도하고, 세포 생존 가능성을 높인다.
에틸렌은 위기 상황에서 생식 전환, 노화 반응, 괴사 유도 등 다양한 역할을 하며, 상추에서는 복합 스트레스 하에서 ACO 유전자의 발현이 증가하고, ERF 전사인자와 함께 유전자 조절 기능을 수행한다. 이러한 복합 작용은 상추의 스트레스 반응을 최적화하지만, 과도한 에틸렌 생성은 조기 노화 및 추대 촉진으로 이어져 품질 저하로 연결된다.
'기후농업 생존전략'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기후 위기 속 참깨와 땅콩의 가뭄 내성 생리 변화 사례 비교 (0) 2025.08.06 기후 변화가 포도 당도와 산도에 미치는 생화학적 조절 메커니즘 분석 (0) 2025.08.05 콩의 생장기 질소 고정 효율과 기후 조건의 상호작용 (0) 2025.08.05 감자의 광합성 효소 반응과 기후 스트레스의 연계성 (0) 2025.08.05 기후 변화로 인한 토마토의 수분 스트레스 반응 분석 (0) 2025.08.04 고온 스트레스가 고추의 캡사이신 생성에 미치는 생리·분자적 영향 분석 (0) 2025.08.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