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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교차 스트레스가 농작물 유전자 발현에 미치는 영향과 생리학적 적응기후농업 생존전략 2025. 8. 1. 23:07
최근 지구 기후 시스템이 불안정해지면서 농작물 재배 환경에도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특히 봄, 가을철에 나타나는 급격한 일교차는 작물 생장에 눈에 띄는 스트레스를 유발하며, 단순히 기온 차이로 인한 생육 지연만 아니라 세포 내 유전자 발현 수준의 변화까지 유도한다. 작물은 주야간 온도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체내 유전자 네트워크를 통해 생리적 적응을 시도하지만, 일교차가 일정 한계를 넘을 경우 유전자 발현 체계 자체가 혼란을 일으킨다. 이에 따라 생장 지연, 꽃눈 분화 이상, 광합성 효율 저하 등 실질적인 생산성 저하가 발생하게 된다. 이 글에서는 급격한 일교차가 농작물의 유전자 발현에 어떤 방식으로 영향을 미치는지, 생리적·분자생물학적 관점에서 분석하고, 작물별 대응 차이와 기술적 대처 방안까지 살펴보고자 한다.
일교차 스트레스의 생리학적 개요와 유전자 반응 개시
일교차란 하루 중 최고기온과 최저기온의 차이를 의미하며, 이 차이가 10도 이상인 경우 작물에 명확한 스트레스 반응이 유발된다. 작물은 온도 변화에 따라 세포 내 단백질 접힘, 세포막 유동성, 호르몬 균형, ROS 생성 등 다양한 생리적 반응을 나타낸다. 특히 급격한 기온 변화는 스트레스 반응 유전자군을 빠르게 활성화하는 작용을 유도하며, 이는 유전자 수준에서의 빠른 전사(transcription) 반응으로 시작된다.
작물은 열 스트레스와 냉해 스트레스를 번갈아 겪게 되며, 이 과정에서 히트쇼크 단백질 유전자(HSPs)와 저온 반응 유전자(CORs)가 동시에 발현되는 경우도 발생한다. 그러나 두 유전자군은 상반된 환경 신호에 반응하므로, 서로의 발현을 억제하거나 전사 인자를 경쟁하는 방식으로 충돌할 수 있다. 이러한 상충 반응은 유전자 발현의 정확성을 저해하며, 작물의 항상성(homeostasis)을 깨뜨릴 가능성이 커진다. 이처럼 일교차는 단순한 환경 변수 이상으로 작물 내 유전적 혼란을 야기하는 강력한 스트레스 요인이다.
급격한 일교차에 따른 스트레스 반응 유전자군의 활성
일교차가 클수록 작물은 스트레스 반응 유전자군을 통해 적응을 시도하게 된다. 대표적인 유전자는 HSP70, HSP90 등 열충격 단백질 유전자군과 CBF1, CBF3, COR15a 등 저온 반응 유전자군이 있다. 고온 상태에서는 HSP 유전자가 활성화되어 단백질 구조 안정화와 세포 내 단백질 접힘을 조절하며, 낮은 온도에서는 CBF 계열 전사 인자가 활성화되어 한랭 보호 유전자의 전사를 유도한다.
문제는 일교차가 갑작스럽고 자주 발생할 경우, 이러한 유전자 발현이 안정적인 사이클을 갖지 못하고 비정상적인 방식으로 작동한다는 데 있다. 예를 들어, 일몰 이후 기온이 급격히 하강하면 CBF 유전자가 급속히 활성화되나, 다음 날 오전 고온이 빠르게 도래하면 미처 작동하지 못한 HSP 유전자가 발현되면서, 두 유전자가 서로 상쇄되는 불균형이 발생한다. 이에 따라 ROS 제거 유전자(SOD, APX, CAT)의 발현 타이밍도 어긋나며, 세포 내 산화 스트레스가 쉽게 누적된다. 반복적인 온도 충격은 유전자 발현 리듬(circadian rhythm)을 무너뜨리고, 스트레스 감응 유전자들의 발현 조절력을 약화한다.
일교차가 작물 생장 조절 유전자에 미치는 영향
일교차는 단지 방어 유전자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작물의 생장과 발달을 제어하는 유전자군의 발현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대표적으로 옥신 관련 유전자군(IAA, AUX/IAA, PIN-FORMED), 지베렐린(GA) 생합성 및 분해 유전자(GA20ox, GA3ox, GA2ox), 사이토키닌 대사 유전자(IPT, CKX), 브라시노스테로이드(BR) 관련 유전자 등이 일교차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야간 저온이 지속되면 옥신의 생합성과 수송에 관여하는 유전자의 전사 수준이 감소하고, 옥신 수송 단백질(PIN)의 세포 내 극성 배치가 변형된다. 그 결과, 세포 신장과 분열이 둔화하고, 엽의 전개나 줄기 신장이 지연되며, 전반적인 생장 속도가 느려진다. 반대로 주간 고온이 급격히 나타날 경우 지베렐린 생합성 유전자가 과도하게 활성화되어 꽃눈의 조기 분화, 개화 타이밍의 불균형, 과실의 비정상적인 조기 성숙을 유도할 수 있다.
또한 일교차가 반복되면 호르몬 간 상호작용에도 교란이 발생한다. 사이토키닌 합성 유전자의 발현은 주로 낮 동안 햇빛과 온도 상승에 의해 조절되지만, 밤에 급격한 저온이 유입되면 IPT 유전자의 발현이 억제되고 CKX 유전자(사이토키닌 분해효소 유전자)의 상대적 발현이 증가한다. 이에 따라 생장점(meristem)의 세포 분열력이 감소하고, 노화 유도가 빨라지는 경향이 나타난다.
브라시노스테로이드 관련 유전자는 일교차에 따라 발현 타이밍이 흐트러질 수 있으며, 세포벽 확장, 키 신장, 내병성 유도 등 다중 생리 과정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실제로 BR의 합성에 관여하는 DWF4, DET2 유전자군은 고온 시 발현되지만, 저온 자극이 동시 발생할 경우 전사 조절이 억제되어 생장 균형이 깨지게 된다.
이처럼 일교차는 단순히 특정 유전자의 상하 조절을 넘어, 생장 관련 호르몬 간 네트워크 자체를 혼란스럽게 만들며, 그 결과 작물의 형태 형성(morphogenesis), 생장 속도, 장기적 발달 방향에 복합적인 영향을 끼친다. 특히 생식기로의 전환기에 일교차가 심하면 유전자의 발현 타이밍 오류가 누적되어 열매 착과율, 개화 동기, 종자 발달 등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장기적으로 반복되는 일교차 노출은 표현형(plasticity)의 변화만 아니라, 후생 유전학적 수준에서의 유전자 발현 억제 또는 강화를 유도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으며, 이는 작물의 스트레스 기억 형성 및 유전적 적응성에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수 있다.
작물별 일교차 유전자 반응의 차이
모든 작물이 동일한 방식으로 일교차에 반응하는 것은 아니다. 작물의 유전자 구성, 대사 경로, 환경 감지 시스템은 종(species) 또는 품종(cultivar)마다 상이하게 구성되어 있으며, 이에 따라 일교차 스트레스에 대한 유전자 반응의 민감도와 패턴 또한 다양하게 나타난다.
예를 들어, 보리, 밀, 배추와 같은 냉온성 작물은 저온에 잘 적응하는 유전자군을 다수 보유하고 있으며, 특히 CBF 전사 인자 계열과 COR 유전자군의 발현 능력이 뛰어나다. 이들은 야간 저온에 빠르게 반응하여 세포 보호 단백질과 당류 대사 경로를 유도함으로써 한랭 스트레스를 견디는 기작을 발현한다. 반면, 이러한 작물은 일교차 중 주간 고온 스트레스에 대한 유전적 방어 기전이 상대적으로 미약해, HSP 유전자군의 발현 반응이 느리거나 낮은 수준에서 그치게 된다.
반대로 고온 적응성 작물인 옥수수, 고추, 토마토, 사탕수수 등은 HSP70, HSP90, HSF 전사인자 등 열 스트레스 대응 유전자 발현이 강력하게 나타나는 특성을 가진다. 이들은 주간 고온에 빠르게 반응하여 단백질 안전성과 세포막 유동성을 유지하려는 방어 메커니즘을 발현한다. 그러나 야간의 급격한 저온에는 CBF-COR 계열 유전자 반응이 지연되거나, 발현 자체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도 관찰된다.
이러한 유전자 발현 차이는 생리적 적응 능력만 아니라 실제 작물의 표현형 반응(phenotypic plasticity)으로 이어진다. 예를 들어, 고추 품종 중에서는 일교차가 큰 날씨에서 꽃의 낙화율이 증가하는 품종이 있는 반면, 일부 품종은 HSP와 ABA 관련 유전자군이 잘 조절되어 꽃의 유지율이 높게 유지된다. 또한 벼의 경우, 일부 자포니카 품종은 일교차에 민감하여 이삭의 형성이 불균형하게 진행되지만, 인디카 계열에서는 HSP와 GA 생합성 유전자 발현이 안정되어 개화 타이밍이 보다 정밀하게 유지되는 경향을 보인다.
같은 종 내에서도 품종 간 유전자 민감도는 상이하게 나타난다. 상추를 예로 들면, 유럽계 품종은 일교차에 노출되었을 때 CBF1, HSP101의 발현량이 급증하면서 엽육이 견고하게 유지되지만, 아시아계 품종은 동일 조건에서 유전자 반응이 불안정하게 일어나 엽장 단축과 잎 끝 마름 현상이 자주 발생한다. 이러한 품종 간 차이는 유전자 발현 시점(timing)과 전사량(expression leve)*의 조합에 따라 결정되며, 분자 수준에서의 반응 속도와 발현 지속성 또한 내성의 핵심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러한 작물 및 품종별 반응 차이는 향후 기후 적응형 품종 개발과 맞춤형 재배 전략 수립에 중요한 근거가 된다. 특히 유전자 발현 차이를 기반으로 MAS(Marker-Assisted Selection, 분자표지 선발), QTL 분석, 전사체 기반 품종 예측 기술이 적용되며, 일교차 내성 유전자군의 선별 및 편집이 농업 유전학에서 하나의 주요 트렌드로 부상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작물은 각자의 유전자 구조와 발현 조절 능력에 따라 일교차 스트레스에 다르게 반응하며, 이러한 차이를 정밀하게 분석하고 활용하는 것이 기후 변화 대응형 농업으로의 진입에 핵심이 된다.
유전자 조절 기반의 일교차 대응 기술과 미래 전략
기후 변화가 심화되면서 일교차는 단기적 이상 현상이 아닌, 장기적인 농업 위기 요인으로 간주되고 있다. 이에 따라 작물의 유전자 반응을 정밀 조절하는 다양한 기술들이 연구되고 있다. 대표적으로는 CRISPR-Cas 유전자 편집 기술을 통해 HSP, CBF, ROS 관련 유전자의 발현 강도나 발현 타이밍을 조절하는 전략이 있으며, 이는 유전자 간 충돌을 최소화하고 일교차에 대한 작물의 적응력을 향상시키는 데 활용된다.
또한 RNA 간섭(RNAi) 기술을 통해 특정 유전자의 과잉 발현을 억제하거나, 발현 리듬이 깨지지 않도록 서킷(circuit) 기반 유전자 조절 장치를 도입하는 연구도 진행 중이다. 생장호르몬 처리를 통한 외부적 조절도 실험되고 있으며, 예를 들어 야간에 옥신 유도제를 처리하거나, 새벽 시간대에 지베렐린 억제제를 분무하는 방식이 그 사례이다.
향후에는 유전자 발현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AI 기반 기후-유전자 반응 예측 시스템이 상용화될 가능성도 높으며, 이는 스마트팜 기술과 결합되어 작물 생육 조건을 실시간으로 조절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 이러한 정밀 농업 기술은 단순한 피해 방지 수준을 넘어서, 일교차를 역이용한 작물 생리 조절 및 품질 향상의 도구로 발전할 여지가 있다.
급격한 일교차는 단순한 생육 장애를 넘어, 작물 유전자 발현 체계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복합 스트레스 요인이다. 작물은 열과 냉을 동시에 감지하면서 다양한 스트레스 반응 유전자와 생장 조절 유전자를 동시다발적으로 조절하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유전자 간 충돌, 발현 타이밍 오류, 전사 억제 현상 등이 발생할 수 있다.
작물의 내재된 유전자 민감도와 생육 단계에 따라 일교차의 영향은 상이하게 나타나며, 작물별·품종별 대응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 유전자 편집, RNA 조절, 외부 처리제, 스마트농업 기반의 대응 기술은 이러한 유전자 수준의 혼란을 최소화하고 작물의 내성 확보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기후 위기 시대, 일교차는 피할 수 없는 환경 변수인 만큼, 작물 유전자 반응에 대한 보다 정밀하고 체계적인 이해가 장기적인 농업 안정성 확보에 반드시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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