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 중 CO₂ 증가와 작물 내 질소 대사 변동 분석
대기 중 이산화탄소(CO₂) 농도 증가는 기후변화의 주요 원인이자 식물 생리학에 장기적 영향을 미치는 결정적 요인이다. 산업혁명 이전 약 280ppm 수준이던 대기 CO₂ 농도는 현재 420ppm 이상으로 상승했으며, 21세기 후반에는 600~800ppm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변화는 광합성 속도와 탄소 고정량을 증가시켜 단기적으로 작물 생물량(biomass)을 확대할 수 있지만, 동시에 질소 대사의 구조적 변화를 유발하여 단백질 함량 저하, 영양가 감소, 대사 불균형과 같은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한다. 질소는 단백질, 핵산, 엽록소, 효소 합성에 필수적인 원소이며, 탄소 대사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그러나 CO₂ 농도 상승 시 탄소와 질소의 균형이 깨질 경우, 작물의 품질 저하와 생산성 변화가 불가피하다. 따라서 대기 CO₂ 증가가 질소 대사에 미치는 영향을 다각도로 분석하는 것은 기후변화 대응 작물 개발과 농업 전략 수립에 필수적이다.
CO₂ 농도 상승에 따른 탄소·질소 균형 변화
대기 CO₂ 농도가 상승하면 C₃ 작물의 광합성 속도가 뚜렷하게 증가한다. 이는 루비스코(Rubisco) 효소가 CO₂ 농도에 비례해 카르복실화 반응을 촉진하기 때문이며, 동시에 광호흡이 억제되어 순 광합성 효율이 향상된다. 이러한 변화는 잎, 줄기, 곡립 등 모든 생장 부위의 탄소 축적량 증가로 이어진다. 그러나 질소 동화 속도는 이에 비례하여 증가하지 않으며, 결과적으로 C:N 비율이 상승한다. 즉, 같은 질소 함량 대비 더 많은 탄소가 축적되므로 단백질 함량이 감소하는 현상이 나타난다.
CO₂ 농도 상승 환경에서는 탄수화물의 과도한 축적이 루비스코 발현 감소를 유도하는 경향이 있다. 루비스코는 전체 엽단백질의 20~30%를 차지하는데, 그 발현이 줄어들면 질소 요구량 자체가 낮아지고, 질소 대사 경로의 활성이 전반적으로 감소한다. 이러한 질소 요구 감소는 장기적으로 작물 잎과 종자의 질소 농도를 낮추며, 영양가 저하로 직결된다.
이러한 현상은 FACE(Free Air CO₂ Enrichment) 실험에서도 반복적으로 확인되었다. 예를 들어 밀과 벼에서 CO₂ 농도 550~600ppm 조건으로 재배했을 때, 단백질 함량이 평균 515% 감소하였으며, 이는 제분·제빵 품질이나 식미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주었다.
질소 흡수·동화 경로의 조절 변화
작물의 질소 흡수는 주로 질산(NO₃⁻)과 암모늄(NH₄⁺) 형태로 이루어지며, 뿌리 표면의 전용 운반체 단백질(NRT, Nitrate Transporter / AMT, Ammonium Transporter)에 의해 매개된다. 대기 CO₂ 농도 상승은 뿌리의 총 생장량과 수분 이용 효율(WUE)을 높일 수 있으나, 질소 운반체 유전자의 발현 조절에는 복합적인 영향을 미친다. 특히 고CO₂ 조건에서는 일부 NRT 계열 유전자의 발현이 억제되고, 특정 AMT 계열 유전자의 발현은 조건에 따라 변화가 제한되는 경향이 보고되었다. 이러한 변동은 뿌리-토양 계면에서의 질소 흡수 속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질소가 식물체 내부로 흡수된 이후에는 환원 및 동화 과정을 거쳐 아미노산으로 전환된다. 이 과정의 첫 단계인 질산 환원은 질산 환원효소(NR, nitrate reductase)에 의해 수행되며, 생성된 아질산은 아질산 환원효소(NiR, nitrite reductase)에 의해 암모늄으로 환원된다. 그러나 고CO₂ 조건에서는 NR와 NiR의 활성이 모두 저하되는 경우가 많다. 이는 두 가지 요인과 관련된다. 첫째, 고CO₂ 조건에서 탄수화물 합성이 과도하게 촉진되면, 광합성에서 생성된 환원력(NADH/NADPH)과 ATP가 탄소 대사 경로로 우선 공급된다. 둘째, 탄소 과잉 상태에서는 대사 피드백 억제에 의해 NR 유전자 전사가 감소하며, 효소 단백질의 안정성도 낮아진다.
또한 CO₂ 농도 상승은 질소 재분배 패턴에도 영향을 준다. 일부 FACE 실험에서 벼와 밀은 잎보다 줄기와 뿌리에 질소를 상대적으로 더 많이 축적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는 광합성 잎에서 단백질 합성을 줄이고, 구조 조직 또는 저장 조직에 질소를 비축하려는 대사 전략 변화로 해석된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는 곡립의 단백질 함량 저하로 이어질 수 있어, 품질 측면에서는 부정적이다.
분자 수준에서도 조절이 관찰된다. 고CO₂ 조건에서 NRT2.1, NRT2.4와 같은 고 친화성 질산 운반체의 발현이 억제되고, 저 친화성 질산 운반체(NRT1 계열)의 상대적 비율이 증가하는 경향이 보고되었다. 이에 따라 토양 내 질산 농도가 낮은 조건에서의 질소 흡수 능력이 떨어질 수 있다. 암모늄 흡수 경로 역시 변화가 나타나는데, AMT1.1의 발현 억제와 AMT2 계열의 선택적 발현 증가는 암모늄 이용 효율을 장기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
결과적으로, 대기 CO₂ 농도 증가는 질소 흡수의 양적·질적 균형과 동화 경로의 효소 활성, 그리고 질소 재분배 전략을 동시에 변화시키며, 이러한 변동은 작물의 전체 질소 이용 효율(NUE) 저하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
아미노산 대사 및 단백질 합성의 구조적 변동
대기 CO₂ 농도 증가는 탄소 대사와 질소 대사 간의 균형을 재편하며, 이 과정에서 아미노산 대사 경로와 단백질 합성 메커니즘에도 구조적 변화를 유도한다. 아미노산은 질소 대사의 최종 산물이자 단백질, 효소, 신호 분자 합성의 전구체이므로, 그 농도 변화는 작물의 생리·대사 기능 전반에 파급 효과를 미친다.
가장 대표적인 변화는 글루타민 합성효소(GS)–글루타메이트 합성효소(GOGAT) 경로에서 나타난다. 이 경로는 암모늄(NH₄⁺)을 유기 질소 형태로 고정하는 핵심 경로이며, 글루타메이트와 글루타민을 생성하여 다른 아미노산 합성의 기반을 마련한다. 그러나 고CO₂ 조건에서는 GS와 GOGAT의 발현 및 효소 활성이 모두 감소하는 경향이 보고되었다. 이는 광합성 산물의 과잉 축적이 탄소 대사 경로에 환원력과 에너지를 먼저 공급하게 하여, 질소 동화 효율을 낮추기 때문이다. 그 결과, 글루타메이트·글루타민 농도가 떨어지고, 이를 전구체로 사용하는 아스파르트산, 아스파라긴, 프롤린 등의 농도도 연쇄적으로 감소한다.
특히 아스파르트산 계열 아미노산(라이신, 트레오닌, 메티오닌, 아이소류신)은 대사 흐름이 크게 영향을 받는다. 메티오닌과 시스테인 같은 황 함유 아미노산은 단백질 구조 안정성과 효소 촉매 기능 유지에 필수적인데, 이들의 비율 감소는 단백질 3차 구조 형성과 활성 유지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 이는 결국 광합성 효소, 질소 동화 효소, 방어 단백질의 기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가지사슬 아미노산(BCAA)인 루신, 발린, 이소류신도 고CO₂ 환경에서 농도가 낮아지는 경향이 있으며, 이는 세포 에너지 대사와 신호 조절 기능에 영향을 준다. BCAA는 스트레스 반응 중 대체 에너지원으로 사용되기도 하고, 세포 내 단백질 분해·합성 균형을 조절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그 농도 저하는 장기적인 대사 적응력 약화로 연결될 수 있다.
흥미로운 점은, 일부 작물에서는 고CO₂ 조건에서 아스파라긴의 비율이 증가한다는 것이다. 아스파라긴은 질소 저장과 장거리 이동의 주요 형태로, 단백질 합성보다는 질소를 비단백질 형태로 보관하는 전략으로 전환되었음을 시사한다. 이는 단백질 함량 저하와 영양가 감소로 이어지지만, 동시에 질소 재활용을 위한 생리적 적응의 하나로 볼 수 있다.
단백질 합성 수준에서도 변화가 뚜렷하다. 리보솜 단백질 유전자 발현이 억제되고, 번역 속도가 느려지는 경향이 보고되었으며, 특정 세포질 및 엽록체 리보솜 단백질의 발현 감소는 광합성 효소의 합성을 직접적으로 제한한다. 특히 루비스코 대단위(rbcL)와 소단위(rbcS) 합성 감소는 광합성 효율 저하만 아니라 질소 요구량 감소로 이어지며, 이는 질소 대사의 전반적 다운레귤레이션을 강화하는 피드백 역할을 한다.
결국, 고CO₂ 조건에서 아미노산 대사 및 단백질 합성의 구조적 변동은 전구체 아미노산의 합성 저하, 필수 아미노산 비율 감소, 질소 저장형 아미노산(아스파라긴) 비율 증가, 리보솜 활성이 억제된 단백질 합성 감소라는 네 가지 특징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영양가 저하를 넘어, 작물의 생리적 회복력, 병해충 저항성, 장기 생산성에도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대사 변화로 간주한다.
작물 품질·생산성과 대응 전략
대기 CO₂ 농도 상승은 작물의 총생물량을 증가시킬 수 있지만, 품질 측면에서는 단백질 함량 저하와 영양가 감소라는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밀, 벼, 대두, 보리 등의 FACE 실험에서 고CO₂ 조건에서 평균 5~15%의 단백질 함량 감소가 보고되었으며, 이는 가공품 품질과 소비자 기호도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특히 대두와 같은 단백질 공급원에서의 품질 저하는 식품·사료 산업 전반에 파급 효과를 미친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질소 이용 효율이 높은 품종 개발, 질소 동화 효소 발현 유지 유전자 선발, 비료 시비 전략 조정, 유전자 편집 기술 적용 등이 제안되고 있다. 또한 C₄ 작물(옥수수, 사탕수수 등)은 고CO₂ 환경에서 질소 대사 변화가 비교적 적게 나타나므로, 장기적 기후변화 대응 작부체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